이어서, 두번째 이유를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두괄식 표현을 빌려 먼저 언급하자면, 리그오브레전드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 중 하나는 RPG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성장' 요소가 대체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처음부터 설명하자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등장은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송두리 채 바꾸어 놓았다. MOBA 장르의 게임의 시초는 롤이 아니다. 유즈맵을 활용한 카오스, DOTA 등 MOBA 장르의 게임은 많았지만, 카오스 이후 리그오브레전드는 한국 시장을 장식했다.





2011년 롤이 한국 서버에 오픈했고, 시즌2~3에 초절정을 달렸다. (필자는 시즌4에 시작ㅠㅠ) PC방을 가면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었으며, PC방 점유율을 한때 45%가량 찍었었다.



지금은 그립기도 한 5픽 노인권의 소환사의 협곡(...)




그렇다면, 왜 롤은 MOBA 장르의 첫 게임도 아닌데 한국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쪽으로 게임을 즐길 것이라면 도타가 더 재미있다. DOTA는 분명히 재미있지만 매니악하고 어려운 요소가 있는 반면 롤은 신규유저들이(응 지금은 아냐. 여튼 DOTA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긴 하다. 뭐든 상대적인거니까.) 훨씬 쉽게 유입될 수 있었다. 조작법이 간단하고, 스킬 매커니즘도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카오스를 플레이하지 않았던, AOS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접하기에 좋았고, 카오스를 플레이했던 유저들이라면 비슷한 장르에 익숙함을 느껴서 플레이해보았을 것이다. 카오스가 피지컬 게임이라면, 롤은 그보다 더 운영적이고, 전략적인 게임이다.



롤의 인기는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핵 사건과 더불어 오버워치의 등장 이후, 기세가 약간 수그러드나 했으나 다시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1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PC방 온라인 게이머의 대부분이 롤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롤은 우리나라 PC방 온라인 게이머에게 많이 노출되었으며, 그 영향은 자연스레 클 것이다.



그렇다면, 롤은 국내 게이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리고 왜 양산형 RPG가 안된다는 것일까?




롤 역시 성장 요소가 있다. 라인전을 통해 파밍을 하고, 스킬샷을 맞추고 피하며 상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나는 성장해야 한다. RPG가 시간이나 돈(과금)의 요소로 성장이 가능한 반면 롤은 자신의 컨트롤을 통해 성장해나가야 한다.



RPG의 육성*성장 요소를 간접적으로, 그리고 빠르고 확실시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산 양산형 RPG의 컨트롤은 없거나 비교적 단순하지만, 롤은 논타겟 스킬을 맞추어야 하며, CS를 안정적으로 파밍해야하며, 논타겟 스킬을 피할 수 있어야 하며, 언제 들어갈지, 언제 나갈지 정확한 딜계산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통해 내 캐릭터가 강해지는데, RPG에서 요구하는 시간*재화에 비해 빠르고, 또한 나의 컨트롤이 준수하다면 더 강하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 성장을 기반으로 뽐낼 수 있다. 빠르고 확실한데, 그것이 돈이나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컨트롤이기 때문에 성취감 마저 준다. 나는 이 부분에서 국산 평범한 RPG의 육성 정책이 완전히 롤에 대체되었다고 생각한다.





RPG에서는 시간과 돈이 곧 나의 성장이고, 한번 굳힌 성장은 무너지지 않기에 안정적이고, 승패 시스템이 아니기 떄문에 컨텐츠를 계속해서 충족시켜주어야 하며 무한적으로 컨텐츠를 소비해야한다.



LOL에서는 시간과 실력이 곧 나의 성장이고, 내가 아무리 잘 성장했다 하더라도 잘못된 판단하에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승패시스템이자 상대적인 경쟁 시스템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컨텐츠를 생산한다. ( 롤 패치의 역사, 그리고 운영법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것을 막는 패치를 하면, 또 다른 빌드를 만들어냄.)




이 시절 1픽은 가장 높은 MMR을 보유한 유저였고(5픽은 MMR이 낮다), 벤 권한*픽 권한 모두를 지녔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성격이 급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시간 투자를 한 것에 비해 빠른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특히 젊은세대일수록 더 그런 경향이 있다. 흔히 RPG를 할 때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강해지거나 돈을 많이 투자해야 강해지는데, 회사원들(아재)은 시간이 없지만 돈은 있다. 그래서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돈을 투자하여 성장하는 유저들이 많다. 여윳돈이 별로 없는 10~20대는 시간을 투자하지만, 자신들이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단순한 돈 투자로 자신보다 더 좋은 장비를 가진 유저들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 (근데 원래 게임도 그렇고 현실도 그렇단다. 당연한거야. 시간을 투자하거나 돈을 투자하거나. 자본주의가 원래 그런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RPG에 아재들이 많고, 그런 아재들의 성향을 고려하고자 자동전투 시스템이라던지, 더 쉬운 성향으로 변모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ㅅ-.)






롤은 시간과 실력에 비례한다. 플레이어마다 재능(순발력)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력 게임이다.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실력이 쌓아지는 것도 아니고(대리 문제는 예외로 칩니다.) 기본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RPG에 비해서는 비자본주의적인 게임이다. 그리고 게임 한판 한판 마다 나의 점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몰입도가 엄청나다. 




RPG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재미인 육성을, 더 실감나고, 더 빠르고, 나의 컨트롤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롤이 RPG를 대체한 점이다. 그렇다면 RPG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 내 칼럼은 쓰지 않을 생각이지만, 각자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개인적인 의견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Recent posts